본문 바로가기

.txt

항생제


밤만 되면 배가 아프다. 일주일도 넘게 때려넣은 항생제로 인해 위장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다가 다시 회복하는 중이다. 그런 부작용이 있는 줄도, 그렇게 독한 약인지도 몰랐다. 얼굴을 비롯한 온몸이 부어 갑작스레 3키로나 늘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약 때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의사도 나의 생활 패턴으로 미루어 볼때 그냥 살찐거 아니냐고.. 하지만 항생제 복용으로 인해 신장에 무리가 가면 그런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나와 맞지 않는 다른 약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우여곡절 끝에 몸무게는 그럭저럭 돌아왔는데 위장은 아직 골골대는 중. 지식인에 따르면 유산균을 배로 많이 먹으라고 한다. 도움이 된다고. 다행히 집에는 유산균이 박스째로 있다.
갑자기 약이 무서워졌다. 알약 한 두알로 심장도 안정시키고 뇌도 컨트롤하고 감염을 막기 위해 세균도 다 죽이고 그러다 멀쩡하던 신체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상시로 먹는 약들은 다 괜찮다고 한다. 가끔 의심은 하지만. 얼마 전 다큐에 나온 한 의사는 본인의 가족에게도 평생 먹일 수 있는 안전한 약이라고 했다.
약을 무서워하던 나는 이제 기계처럼 약을 털어넣는 것이 익숙해졌는데 새삼스럽게 이런다. 사람들마다 이래라 저래라 말이 많다. 그렇게 계속 약을 먹으면 되니 안되니 의지로 끊어야 되니 어쩌니... 그런데 나도 모른다. 의사도 모른다. 사실 아무도 모른다. 어떤 과정과 결과가 있다면 그게 약 때문인지, 시간 때문인지, 그냥 나이기 때문인지.
아무튼 항생제때문에 약이 좀 무서워졌다. 얼마전 꿈에 커다란 알약을 먹으면서 컥컥댔었는데 이번에 먹은 약이 그렇게 커서 삼키기가 힘들었다. 별 의미없는 예지몽이었나 보다.